170501_ 우리 아직,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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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11년?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한 사진 한 장. 작년에 후배가 추억팔이 해준 사진. 갓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어쨌든 복학생 아저씨들. 교지 편집실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당연히 기억 안 나고. 여튼, 그런 옛날 사진.

사진 속 새파란 놈들이 괜한 반골 기질과, 호기로 ‘독립’ 그리고 ‘언론’을 해보겠다고 <뉴스민>을 만들고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 중 초기 1년 6개월은 저 새파란 놈들 중 2명이 좌충우돌 했다. 1년 6개월 만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명이 교체되고 다시 2명이서 좌충우돌. 새파란 놈 셋이 다 같이 함께하기 시작한 게 이제 1년이 좀 넘는다.

셋이 함께하기 시작한 게 이제 갓 1년을 넘긴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재정 문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업, 지자체 광고를 받지 않고, 후원으로 운영하면서 상근기자 3명 월급 충당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원회원 천명이면 큰 욕심 없이 운영 가능하겠지’ ‘대구 인구만 해도 250만 명인데, 천 명 못 모으겠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새파란 놈들의 객기였다. 100명 조금 넘는 인원이 기꺼이 취지에 동감해 후원을 해주시기 시작했다(정말, 정말 감사드린다). 늘리는 건 하늘에 별 따기였다. 당연했다. 뭐 대단한 특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노동조합, 시민단체 기자회견 따라가서 보고, 듣고, 기사 쓴 게 전부인 언론사에 누가 기꺼이 후원을 해주겠나.

처음엔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이 이야길 다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루기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잘해야 했다’. 그런데… 뭐 아는 게 있고, 배운 게 있어야 잘하지… 경력과 연륜이 쌓여야 하고 학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몇 년이든 버티긴 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 타협한 게, 정치 광고다. 선거 기간 후보들이 하는 배너 광고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광고에 휘둘릴 여지가 적었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거나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후보들의 광고는 명분도 있었다. 이마저도 광고를 받는 데 몇 가지 갈등이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이건 패스. 돈이 없어서 망할 만 하면 선거가 있고, 그러면 이렇게 저렇게 광고를 받아서 연명을 했다.

“이제 뉴스민도 광고 받아야지”

요즘은 자주 듣는 이야기다. 때로는 지역 지자체에서도 그런 이야길 한다. “왜 거긴 광고 안 받냐”고. 그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냥 개인 후원 해주시라고” 재밌는건 나랏돈으로 나가는 광고는 쉽게 이야기가 되지만, 본인 돈 만원 나오는 후원은 서로 하기 민망한 이야기란 점이다.

5월 1일. 오늘로 뉴스민이 5년 차를 맞는다. 5년을 버텼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긴 시간이었다. 대구에서, 그러니까 보수의 중심이라는, “거기도 사람이 사냐”고 손가락질 당하기 일쑤인, 박근혜의 고향이라는 그곳에서 갓 제대한 새파란놈들이 패기와 무지로 일을 벌렸다. 새파란놈들이 이제 나이 서른을 넘어섰고, 심지어 애 아빠도 됐다. 식구도 늘어서 상근기자가 4명이다. 이젠 연명이나 버티기보단 도약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 우연히 일 때문에 서울 기성 언론에서 한 선배 기자가 전화가 왔다. “아직도 거기 있을 줄 몰랐어요. 서울 올라 올 줄 알았지” 그 선배는 격려의 의미로 한 말이긴 했겠지만, 날이 날인지라,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음… 두서 없이 막 써서, 마무리를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 우리 아직,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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