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때는 2015년 5월 15일 스승의 날.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통대 등 국립대 총장 인선 문제와 관련해 취재하고 있었다. 취재의 목적은 해당 학교의 총장 인선을 거부한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유를 묻는 것이었고, 황우여 당시 교육부장관은 관련 부처 최고책임자로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다행히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 일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행사는 오전 11시부터였지만, 현장에는 훨씬 일찍 도착했다. 소위 정권 실세,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앰부시를 해야 한다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일하면서 기껏해야 구청장 정도 접촉해본 게 전부인 나로선, 솔직히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통 감은 없고, 앞선 수많은 앰부시 영상을 통해 격정적인 액션신이 벌어진다면 어찌해야하나 걱정만 앞섰다.
멘붕은 좀 일찍 찾아왔다. 행사장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 미리 잠입(?)한 행사장은 생각 보다 더 경계가 삼엄했다. 금속탐지기가 행사장 입구에 준비됐고, 신체 건장한 경비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정권 실세는 다르구나.’하고 생각하다가, ‘아, 얼마 전 리퍼트 피습 사건 때문에 이렇게 심각한건가?’ 생각하기도 했더랬다.
행사 시작하면 못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준비하느라 어수선한 지금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호원이 붙잡았다. 미리 등록하지 않은 언론사는 출입이 안된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헐, 무슨 스승의 날 행사가 이 정도로 삼엄해?!’라고 생각하며, 리퍼트를 습격한 김기종을 마음속으로 욕했다. 행사장은 포기해야 했다. 저 건장한 사내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나는 없었다. 호텔 입구에서 출입하거나, 퇴장할 때 잡아야겠구나. 작전을 변경하며 후퇴했다.
호텔 출입구로 나가는데 경호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VIP 도착 10분 전” VIP? 장관을 VIP라고 부르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건지 검색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휴대폰이 먹통이었다. 서울 시내 한 가운데서 휴대폰 통신이 차단되고 있었다. 전파방해가 이뤄지고 있었던 거다. 아, 대통령이 오는구나.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됐다. 대통령이 이날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거였고, 그래서 경계도 이토록 삼엄했던 거였고, 하필 나는 그날 황우여를 만나러 간거였다.
정확한 상황도 파악하고, 선배에게 상황 보고도 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와서 통신이 터지는 곳 까지 걸었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니 그제야 휴대폰이 살아났고,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나는 혹시라도 모를 실패를 대비해 밑밥을 깔고 싶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대통령의 행사 참석 사실을 알렸던거다. 그런데 선배의 대답은 매우 심플했고, 내가 죽어도 황우여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가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 심플한 선배의 대답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울리는데… “그게 뭐?” 하.하.하. 그렇지, “그게 뭐?” 대통령이든, 누구든 기자가 질문하려면 해야지. 하.하.하. 가자. 가.
상황은 다행히 대통령이 장관보다 훨씬 일찍 행사장을 빠져나가서 쉽게 풀렸다. 솔직히 지금이야 추억이랍시고 이렇게 넋두리를 하지만, 이날 이 경험은 내게 큰 자산으로 남았다. “그게 뭐?” 하는 대답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후퇴할 방법만 모색했을지도 모른다. 질문할 방법이 아니라 후퇴할 방법을 모색하는 기자라니, 아찔하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