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시작일,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모두 대구에 왔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별칭은 이날도 여지없이 확인됐다. 개인적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꽂힌 지점은 이들이 방역을 정쟁에 활용한 연설을 한 것이다. 평범한 시민은 방역 정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삶을 사는데, 이들은 그걸 서로 상대를 비방하는데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가 아는 수준에선 사실관계도 틀려먹었다. 이렇게 허위로 상대를 비방하는데 방역을 들먹이면, 그 방역이 제대로 효과를 보일 수 있을까.
주요 후보의 이러한 문제적 발언은 정리를 해서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쉬운 것부터 정리해보면,
#윤석열 후보는 홍익표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대구봉쇄’ 발언을 다시 소환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은 2년간 코로나 방역도 실패했다. 2년 전 대구에서 코로나가 시작될 때 민주당 정권은 대구 봉쇄, 대구 손절이라고 떠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봉쇄’라는 용어는 당시에도 길게 설명이 됐지만,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로서 의미가 있다. 이때의 봉쇄는 걸어잠근다는 의미가 아니라 철저하게 감염원을 확인 격리해 감염을 차단한다는 의미다. 그때도 ‘그 봉쇄’가 아니라는 점이 이른바 ‘팩트체크’가 되었다.
더구나 홍 대변인이 그 말을 한 2020년 2월 25일은,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날이다. 물론 홍 대변인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공식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전에 나왔지만, 당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겐 대통령의 방문이 엠바고로 고지된 상태였다. 기자도 알던 사실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몰랐을리 없을테다. 대통령이 방문한 대구를 ‘봉쇄’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지 않나.
#이재명 후보는 2020년 2, 3월 검찰이 신천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워딩이 이랬다. “신천지가 코로나를 퍼뜨리고 방역에 비협조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을 구하고 방역 조치를 제대로 했더라면 단 한 명이라도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 계신 법무부 장관(추미애)께서 빨리 압수수색해라, 보건복지부가 요청하니까 해라, 그럴 때도 신천지는 압수수색 당하지 않았다. 사교 주술 집단의 정치적 반격이 두려워 어떤 정치인도 사교 집단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할 때 저 이재명은 정치 생명을 걸고,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했다”
정리하면, 추미애 장관이 검찰에 공식적으로 강제수사를 요구한 시점은 2020년 2월 28일이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검찰이 강제력을 동원해서 신천지를 압박하는 것에 대한 방역적 고민이 깊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이 무렵 여러차례 강제적인 수단을 활용할 경우 신천지가 더 음성적으로 대응해 방역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강립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은 추 장관 지시가 알려진 후에도 같은 입장을 냈다. 3월 2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인해 신천지 신도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 본인이 국회에 출석해(3월 4일) 한 발언을 보면 추 장관도 이를 인지했다. 추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신천지 신도들의 잠적 우려 때문에 압수수색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중대본도 대검에 신천지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업무 연락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서 ‘지금’은 3월 3일로 특정된다. 3월 2일과 3월 3일 이틀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중대본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을 두고도 이후에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 아무튼, 적어도 말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건 누구도 압수수색의 긍정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순 있다.
이재명 지사가 “정치적 반격을 두려워 않고 정치 생명을 걸고 해야 할 일을 한” 때는 이보다 훨씬 앞선 2월 25일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후보 발언 맥락에 비춰볼 때 추 장관의 지시와 이 지사의 정치 생명을 건 행위의 선후관계가 뒤바뀌어 있다. 추 장관의 지시와 상관없이 이 지사는 이미 정치 생명을 걸고 있었다. 최근 불거진 신천지와 윤석열 후보와 관계를 둔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방역을 정쟁화하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