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성주 골프장에 들어가는 걸로 결정됐다. 성주 담당은 휴가 갔고, 편집장은 다른 일 있고, 젠장. 다시 팔자엔 없을 것 같은 헬기를 탔다. ‘시누크’라던가. 생각보다 커서 놀랬다. 소리도 커서 정신없었다. 40명 좀 넘게 탔는데, 나중에 보니까 기자보다 국방부, 환경부 직원들이 훨씬 많았다.
10시 45분, 골프장에 발을 디뎠다. 지난 2월 28일, 롯데가 골프장을 군에 넘겼을 때, 새벽 혼란을 틈타 들어가 보고 두 번째다. 어쩌다 보니 성주 취재를 전담한 것도 아닌데 골프장은 혼자서 두 번 들어갔다. 아직 날이 덜 풀렸던 탓도 있었겠지만, 2월, 누렇게 짧은 잔디들은 이제 푸르게, 자랐다. 2~3살 아이 키만큼 자란 이름 모를 풀도 곳곳에 보였다. 어떤 건 어른키 만큼 컸다. 제초 작업 안 해요? 우스개를 했는데, 국방부 직원은 사람이 없잖아요라고 우는소리 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맡은 업체가 간단하게 평가 개요를 설명하고, 미8군 사령관과 우리 국방부 차관이 나타났다. 사령관은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어린 병사의 ‘스마일’을 ‘리그렛’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다시 어설픈 우리말 ‘같이 갑시다’.
곧 점심시간이 됐고, 몇 년 만에 짬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메인 메뉴는 불고기였는데, 뭔가 스테이크 질감(?)이 나는 불고기였다. 미군이랑 같이 근무해서 그런가 봉가? 미군은 라면을 먹었다. 그것도 양은냄비에. 치즈 라면이라더라.
1시 30분부터 전자파 측정에 나섰다. 병사 생활관(관리동)에서 레이더로부터 100m 거리까지 걸어가는데 대략 30분이 걸렸다. 사드 체계 담당 국방부 직원은 시종 자신만만했다. 제곱미터당 1와트 아니 0.1와트도 넘지 않는 수준. 자신만만할 만 했다. 그런데 왜 이런 괴담이 나돈거야? 국방부 직원 중 하나가 말했고, 사드 담당 직원은 신**이 몇 년 전에 미군 교본 보고 잘난 체 하다 그렇게 됐다. 고 응했다.
국방부의 자신감은 충분히 납득이 됐다. 전자파 측정값은 웬만한 도심지에서 측정할 수 있는 전자파 수준보다 덜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건 문제 삼지 않으면서 이걸 문제 삼을 수 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반대 단체들이 마냥 전자파 측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게 능사일까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군은 측정을 하고, 공개한다. 주민은 반대한다고 보도된다. 그걸 보는 보통의 사람들은 국방부가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할까, 주민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이쪽에서 믿을 수 있고, 정통한 전문가를 배석시켜서 요구할 건 요구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을까.
현장에서 아쉬웠던 건 상황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국방부 관계자 말곤 없었다는 거다. 상황도 국방부가 통제했다. 그러니 질문할 수 있는 수준도 통제된 상황을 넘어설 수 없었다. 어차피 이미 오래전에 평화를 위해 사드를 반대해오지 않았나. 전자파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평화롭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대응할 순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