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단독 왜곡’ 보도가 이국종과 김종대를 ‘인격테러’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밤(새벽 2시)에 잠도 안 자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국종 교수와 김종대 의원 간 ‘기생충 논란’은 아무리 봐도 우리 언론이 얼마나 썩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다음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BigKinds 시스템을 활용해 11월 13일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후부터 23일 새벽 2시 현재까지 주요 일간지와 지역지, 경제지, 방송사 등이 생산한 기사 중 ‘이국종’, ‘김종대’를 키워드로 해서 분석한 결과다.

이 문제를 촉발시킨 ‘채널A’(뒤에 서술)를 포함한 종편 방송과 조선, 중앙, 동아의 기사는 검색 시스템상 크롤링 대상이 되지 못해서 제외된 거라 결과가 순화된 측면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크롤링 기사는 이국종 344건, 김종대 127건이다.

NAVER를 기준으로 같은 기간 ‘이국종’을 키워드로 한 기사가 1,972건이고 이중 278건은 종편4사와 조중동이 생산한 기사들이다. 마찬가지로 ‘김종대’를 키워드로 한 기사는 638건이고 이중 77건이 종편4사와 조중동이 생산한 기사다.

이번 사안을 제대로 보려면, 시기를 구분해서 작성된 기사들의 키워드를 봐야 한다. 북한군이 귀순한 13일부터 16일까지, 김종대 의원이 첫번째 페이스북 글을 작성한 17일부터 21일까지, 채널A가 김 의원 글에 대한 이국종 교수의 반응을 ‘단독’ 보도(21일, 저녁)한 다음날 22일부터 23일까지.

사건을 개요부터 보면 13일 북한 병사 1명이 남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고, 이국종 교수가 이 병사에 대한 집도를 맡았다. 15일 2차 수술을 마친 이국종 교수가 북한 병사 몸에서 많은 양의 기생충이 발견돼 수술이 어려웠고, 치료가 쉽지 않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17일 김종대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글의 요지는 1) 이 교수의 기생충 이야길 확대 생산하는 언론은 북한군과 같은 짓을 병사에게 한 것이다(테러라는 단어는 이국종 교수가 아니라 언론에 대해 언급하며 덧붙여졌다) 2) 이 교수가 기생충 발언을 한 15일 브리핑이 이 교수 본인의 자의에 의한것이 아니라는 의혹이 있다. 그리해서 북한 병사 귀순 사건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종대

22일 저녁, 채널A는 이국종 교수가 김 의원 발언에 대해 “인격테러라니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면서 보도했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실제 내용을 보면 본문은 이렇다.

“졸지에 ‘인격 테러범’으로 몰린 이 교수는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채널A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channel

이 교수가 먼저, 스스로 ‘인격테러라니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게 아니고, (‘인격테러’라는 단어도 스스로 언급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기자가 김 의원 페북 글 내용을 알려주고 의견을 물었더니,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는거다. (사실 연이틀 사경을 헤매는 사람 수술을 하는 이 교수가 페북을 들여다 보며 무슨 말을 했는지 찾아본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앞에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는 건 더욱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정보유출에 대한 것이지 ‘인격테러’를 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데 채널A는 이를 교묘하게 이 교수가 ‘인격테러’라는 비난을 견디기 어렵다 말했다고 ‘단독 왜곡’ 보도했다.

김종대 의원 글도 왜곡해 보도했다. 글을 읽어보면 몸 안의 기생충이 공개되면서 병사가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언급하면서 이 교수의 행동을 지적하지만, 글의 맥락상 김 의원이 지목하는 테러범은 이 교수의 말을 무분별하게 확대, 생산하는 언론이지 이 교수가 아니다. 이 대목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이 교수가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기자회견도 어떤 ‘압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교수의 행동들이 자의적으로 이뤄진게 아니고, 이를 이데올로기적을 활용하는 ‘누군가’들을 향해 칼을 겨눴다.

이국종

김종대

채널A의 단독 왜곡 보도 후 이국종, 김종대 두 사람에 대한 기사는 급증한다. Bigkinds 기준으로 13~23일 사이 이국종을 키워드로 한 기사 344건 중 129건(37.5%), 김종대를 키워드로 한 기사 127건 중 80건(63%)가 채널A 보도 다음날(22일) 쏟아졌다. 같은 기간 ‘기생충’을 키워드로 한 기사 183건 중 88건(48.1%)이 마찬가지로 22일 급증한 걸로 봐도 이국종, 김종대 기사가 22일날 급증한 건 기생충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이 채널A의 ‘단독 왜곡 보도’를 검증 없이 받아쓰기 했다는 증거다. Naver 기준으론 22일에만 이국종 819건, 김종대 424건으로 기간 내에 각각 키워드 전체 기사 중 41.5%(이국종), 66.5%(김종대)를 차지한다.

기간별로 이국종, 김종대를 키워드로 해서 작성된 기사들의 연관어들을 살펴보면 변화추이는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이국종 교수를 보면 13일부터 16일까지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이는 단어는 ‘북한군 병사’이다. ‘기생충’도 보이는데, 이 교수가 15일 기생충을 언급한 후 언론이 이를 얼마나 높은 빈도로 언급했는지도 추론할 수 있다.

▲11월 13일~16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3일~16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3일~16일 사이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3일~16일 사이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

17일부터 21일까지 연관어에선 ‘기생충’이 이전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는데 역시 이 교수의 ‘기생충’ 발언에 언론이 얼마나 ‘열광’했는지를 보여준다. 반대로 김종대 의원이 처음 페이스북에 글을 쓴 직후임에도 같은 기간 김 의원 키워드 기사의 연관어에는 ‘정의당’이 크게 차지할 뿐 ‘기생충’이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 걸 보면 이때까지 언론이 이국종-기생충-김종대를 이어주지 않았다는 것도 추론 가능하다.

▲11월 17일~21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7일~21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7일~21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17일~21일 사이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

22일부터 23일까지 이국종과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에는 각각 서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격적으로 언론이 이국종과 김종대 싸움 붙이기에 나선거다. ‘기생충’이 차지하는 비중은 둘 모두에서 적은 수준인 걸 보면 싸움의 원인이 된 ‘기생충’은 언론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걸 보여준다.

▲11월 22일~23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22일~23일 사이 이국종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22일~23일 사이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
▲11월 22일~23일 사이 김종대 키워드 기사 연관어

13일부터 16일 사이 이국종, 김종대 키워드 기사의 연관어 중 동의어는 ‘북한군 병사’와 ‘귀순 병사’ ‘JSA’ 3개, 17일부터 21일 사이엔 ‘기생충’, ‘귀순자’ 2개에 불과했는데, 22일부터 23일 이틀 사이에 ‘북한 병사’, ‘인격테러’, ‘기생충’, ‘의료법 위반’, ‘정의당’, ‘sns’, ‘JSA’, ‘귀순병사’, ‘인격테러리스트(인격테러범)’ 등 9개로 급증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북한 병사 귀순 사건에 최선을 다하던 두 전문가가 못잡아 먹어 안 달난 적으로 둔갑된 순간이 채널A 단독 왜곡 보도 이후라는 건 명확해 보인다. 채널A가 존경받는 두 전문가의 ‘인격테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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