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5_기억

황전원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이 다시 특조위원으로 선임되고, 26일 특조위에 ‘찾아갔다가’ 유가족들에게 쫓겨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안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깜냥은 안되는데, 감당 할 수 없는 욕심이 눈과 귀를 막은 사람… 정도로 나는 그를 기억한다.

지난해(2015년) 12월, 김해를 찾았다. 14일, 그러니까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 둔 날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참사 1차 청문회가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바로 이날, 청문회장에 있어야 할 황전원 ‘전’ 특조위원은 김해에 있었다. 김태호(경남 김해시을)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특조위원직은 진즉에 “사퇴(라고 쓰고 해태라 읽는)”했다.

▲15일 새벽,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이때까지만 해도 바다처럼 막막한 심정이...
▲15일 새벽,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이때까지만 해도 바다처럼 막막한 심정이…

솔직히 이날 김해로 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출마를 위해 김해에 있다는 정보만 있지, 사무실을 어디다 마련했는지, 집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내려간거였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김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이 사람이 갈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수소문은 했지만, 그들도 시원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14일, 김해시의회에서 오래 정치를 한 인사에게 무작정 점심이나 먹자고 전화를 하고 만났다. 혹시라도 아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수확이 크진 않았다. 오래 정치를 한 만큼 이런저런 소식은 많이 알고 있었다. 최근까지 ‘황’이 김해 시가지에서 사무소를 물색했고 아직 정하진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고, ‘황’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고도 했다. 그가 ‘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알려준 14일 저녁 일정도 쫓아가봤지만 결과는 헛탕.

방법은 다음날 오전 일찍 선관위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후보 등록을 해야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테니까. 아무래도 첫 날 등록하러 오지 않겠나…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오전 8시 40분쯤 선관위에 도착해 차량을 선관위 담벼락에 붙여두고 기다렸다.

12월, 날은 추웠다. 혹시라도 눈치챌까 싶어 시동도 끈 차 안은 금세 온기가 사라졌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기를 10분쯤 했을까. 빨간 점퍼를 입은 남성이 차량 앞을 지나쳐 선관위 안으로 들어갔다. 실제로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수없이 사진으로 확인했던 그 얼굴이었다. 아! 그 순간, 그 희열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아! 그 순간, 그 희열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아! 그 순간, 그 희열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해당 보도 영상을 잘보면, 내가 웃고 있다(-_-;;) 웃으면 안되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 ‘아이고 요놈, 잘 걸렸다’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그의 당황하는 반응이 더 웃기기도 했다. ‘어떻게 여기까지!’하고 말하는 듯한 ‘소리’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때 느낀 인상평이 그랬다. 깜냥은 안되는데, 욕심이 눈 앞을 가리고 있는 사람. 김해시을에 유력한 새누리 공천 후보자는 이만기 씨였다. 실제로 이후 선거에서 황 씨는 본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중도 사퇴했고, 이만기 씨가 새누리 공천을 받고 나섰다(김경수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지만).

허겁지겁 10m 정도 떨어진 본인 차까지 달아나 나를 떨쳐내고 떠났던 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돌아왔다. 그땐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하겠다”고 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은 선관위에 제출해야 할 서류를 채 모두 내지 못하고 황급히 도망을 갔던 거 같다. 등록을 마치고 나온 줄 알고 나는 달려들었지만, 사실 그는 차량에 두고 내렸던 서류를 가지러 왔던 게 아니었던가 싶다. 실제로 그는 되돌아와서 선관위에 잠깐 들어갔다 오겠다면서 들어가 10여분을 더 있다가 나왔다.

선관위 인근 공원에 앉아 그와 나눈 이야기를 복기 해보면, ‘나는 성심성의껏 열심히 했는데, 야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거 같다.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는 건 아니다.’ 뭐 대충 이런 거 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을 복기 해보면 대충 이랬다.

“이곳은 보수적인 곳이고, 특조위 활동은 출마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출마하려고 특조위 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날 앞서 만났던 김해시의회의 관계자가 전해준 황의 알 수 없는 자신감의 근저에는 (청와대와 뜻이 크게 다르지 않는) 특조위 활동 경력이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선거 시작 후 급격히 꺾였을 테고… 여하튼 그랬던 사람이 다시 특조위원으로 활동하겠다는 저 철면피에 가까운 행보는- 여전히, 그의 눈과 귀를 말도 안되는 허황된 욕심이 막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발- 이젠. 편히 사셨으면 좋겠다. 욕심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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