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막말

+)7일 오후 확인결과, 6일 저녁 TBC방송 보도 확인

바야흐로 막말 전성시대다. 누군가는 “천황폐하 만세”를 다중 앞에서 소리쳐 외치고, 또 누군가는 “빚이 있어야 대학생이 화이팅을 한다”는 근본 없는 소릴 해댄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사람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를 빼니 마니, 수정하니 마니를 이야기해도 “언론 통제가 아니라 읍소”라는 개소리도 판치는 판국이다.

그래서 그런가. 대구에서도 두 가지 막말 사건이 오늘(‘16년 7월 6일) 동시에 터졌는데, 언론의 대응이 상이하다. 이상하다. 둘 다 지난달(6월)에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뒤늦게” 언론에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한 사건은 여러 언론이 “갑질”이라고 표현하며 앞다퉈 보도했고, 다른 하나는 유일하게 우리만 보도했다(7월 6일 23시 40분 현재까지).

여러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막말은 대구 달서구의회 구상모 의원이 야밤에 술을 먹은 채 대구CCTV통합관제센터를 찾아가 저지른 짓이다. 구 의원은 자기 신분을 밝히며 CCTV를 보자고 막무가내 떼를 썼다고 한다. 심지어 규정과 보안관계상 출입을 통제한다는 관계자에게 “녹음하겠다. 책임질 수 있겠느냐. 소속과 이름을 대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관련기사= 달서구의원, 술 먹고 통합관제센터 찾아가 “CCTV 보자”)

반면 다른 언론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막말은 대구 서부교육지원청 이용도 교육장이 한 말이다. 이용도 교육장은 지난달 30일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간담회 자리에서 “국가방향이 그런데 어짜자는 말이고, 국민이 따라가야지, 반란이잖아, 이건 반란”이라며 국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를 ‘반란자’로 만들었다.(관련기사=대구서부교육청 교육장, 학교통폐합 반대 학부모에게 “국가정책 반대는 반란”)

당시 녹취록을 들어보면 이 교육장의 발언을 들은 학부모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반란’이라고 한 게 맞느냐고 확인 했다. 이 교육장은 재차 “반란”이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아무리 논쟁이 격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시민을 향해 ‘반란’을 운운하는 고위공직자의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 구의원의 ‘술주정’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가 이 교육장의 발언을 확인하고 취재를 시작했을 때, 이미 다른 언론도 취재를 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부모들이 녹취록을 방송사에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아직 안나온다.

선출직 공직자인 구의원은 선거라는 견제 도구라도 있지만, 교육지원청의 수장인 교육장은 임명직이다. 언론이 아니면 견제도 안 된다. 더구나 구의원과 교육장이 결정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봐도 구의원보단 교육장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구의원의 술주정은 보도하고, 교육장의 반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언행은 보도하지 않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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